아이비리그와 비슷하게 유명한 명문대학교에 대해 알아보고 있는데요,
이번에는 칼텍, 캘리포니아 공과대학(California Institute of Technology)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1. 개요
보통 칼텍(Caltech)으로 불리는 캘리포니아 공과대학(California Institute of Technology)은 미국 캘리포니아 주 패서디나에 위치해 있습니다. 세계 최고의 공대라 불릴만큼 높은 명성을 가지고 있으며 라이벌인 MIT와 더불어 세계 공과대학의 양대산맥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미국 동부에 MIT가 있다면 미국 서부에는 칼텍이 있습니다.
2. 역사
1891년 패서디나의 자선가인 Amos G. Throop가 작은 직업학교로 설립한 트룹대학교(Throop University)는 1920년에 현재의 이름으로 변경했습니다. MIT가 이공계 분야가 아닌 인문, 사회과학 분야까지 아우르는 종합대학인 반면, 칼텍은 설립 의도 자체가 자연과학, 공학을 위한 엘리트 양성입니다. MIT는 학부생만 해도 거의 5,000명에 육박하는데 비해 칼텍은 학부생이 1,000명 정도 수준으로 철저한 소수정예를 고집하고 있습니다. 어느 리버럴 아츠 컬리지보다도 뛰어나게 학생 대 교수의 비율이 3:1이라고 합니다. 처음 California Institute of Technology라는 이름을 붙였을 때는 MIT를 따라잡자는 의미에서 비슷한 이름을 붙이고 약자도 CIT 쪽을 밀었다고 합니다. 공대의 끝판왕인 MIT와 대비되게 칼텍의 명성은 공학보다도 자연과학, 그중에서도 특히 물리학에서 유래하고 있습니다.
3. 학교 분위기
학풍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기초과학(fundamental science) 중시입니다. 무슨 연구 및 전공이든 간에 상관없이 수학과 물리학에 집착하는 편이며, 상당히 아카데믹한 분위기를 자랑합니다. 여담으로 칼텍은 공부에 투자하는 시간이 많다는 스탠퍼드 대학교, 시카고 대학교, 프린스턴 대학교보다 공부에 더 많은 투자를 한다고 합니다. 학기 중에는 아예 시간이 멈춰버린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공부 말고는 아무것도 하기 힘들다고 합니다. 도서관의 저녁 7시와 새벽 2시의 차이가 별로 없을 정도입니다.
구체적으로 알아보면, 개론수업은 거의 없고 2학년 때부터 대학원 레벨의 수업을 수강하게 되고, 1학년 때에는 난이도가 아주 높은 필수과목으로 구성되어 있는 코어 커리큘럼 과정을 견뎌내야 합니다. 광범위하면서 깊이 있는 내용을 배우게 된다고 합니다. 한 학기는 10주이고 1년 과정은 3개 학기와 여름 리서치로 구성되어 있고 수업 진도는 매우 빠르다고 합니다.
학교는 생물학 및 생명공학부 (Division of Biology and Bioengineering), 화학 및 화학공학부 (Division of Chemistry and Chemical Engineering), 공학 및 응용과학부 (Division of Engineering and Applied Science), 지질학 및 지구과학부 (Division of Geology and Planetary Science), 인문사회과학부 (Division of Humanities and Social Sciences) , 그리고 물리, 수학 및 천문학부(Division of Physics, Mathematics and Astronomy) 끝판왕... 이렇게 총 6개의 학부(Division)로 이루어져 있고, 그 안에서 세부 학과(Department)로 나뉘며, 한 학과 안에서 전공선택(Option)으로 한번 더 세분화됩니다. 하지만 극도로 유연한 학풍을 유지하고 있어서 학과 간 장벽은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봐야 하며, 복수의 학과에서 복수의 지도교수의 지도를 받는 대학원생도 매우 흔합니다. 전과를 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히면 이유만 타당하면 전과 프로세스를 진행시켜줍니다. 학생의 선택이 어느 경우에도 최우선적으로 존중되며, 학교가 학생의 선택을 존중하고 지원하는 것이 학칙으로 명시되어 있습니다.
학생들의 면학 분위기는 상당히 좋다고 합니다. 담당 교수 1인당 학생 비율이 3명이기 때문에, 교수와의 유대감도 친밀해, 스스럼없이 함께 공부할 수 있고 친해지기 때문에, 유대감도 끈끈한 편입니다. 인종 및 학생 배경에 상관없이 지원자의 능력만 보고 학생을 뽑기 때문에 전체 학부생들중 40%가 동양인이라고 합니다. 의외로 아시아계 대학원 유학생들의 국적을 살펴보면 중국 본토 학생이나 한국 학생보다는 대만, 싱가포르 학생들이 많습니다.
학부 졸업생의 대학원 진학률이 전미 최고 수준입니다. 아이비리그나 스탠퍼드만 해도 출세지향적인 커리어패스를 좇는 성향의 학생들이 많은 반면 칼텍 출신들은 학문 지향적 분위기가 강해서 박사과정에 진학하는 비율이 높습니다. 애초에 돈과 권력 같은 가치가 인생의 목표라면 칼텍의 학풍과는 맞지 않습니다. 아이비리그 학생들에게 장래희망을 물어보면 매우 높은 비율로 '500대 기업 CEO'나 '미국 대통령', '상원의원' 등과 같은 대답이 나오겠지만 칼텍에서는 '학자'라는 대답이 나올 것이라고 합니다.
4. 학교 평가
THE 세계 대학 랭킹에서 2020년 기준 세계 2위, 2021 QS 세계 대학 랭킹에서 세계 4위를 차지할 만큼 세계 최정상에 있는 대학이지만, 의외로 국내에서의 인지도는 낮아서 아는 사람만 알고 있습니다.
2014년 현재 역대 교수와 동문들 중에서 37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였으며, 칼텍과 관련되었을 때 노벨상 수상비율이 단순 계산만으로도 0.1%를 넘으며 이는 역대 졸업생 및 교수 1000명당 1명이 노벨상 수상자인 셈입니다. 인구 대비 노벨상 수 부문에서는 단연 세계 1위입니다.
이 대학은 반물질을 발견한 곳이며 지구의 나이를 최초로 확정한 곳, 분자생물학이 태동한 곳, 좌우 뇌의 기능이 다르다는 사실을 처음 밝혀낸 곳입니다. 또한, 우주의 대수기하학적 구조를 증명한다든지, 화학반응을 하는 분자의 사진을 찍는다든지, 토성의 위성 지표층 아래에서 물을 찾는다든지 등의 고급 연구들을 그냥 일반 대학원 연구실 수준에서 진행하고 있는 곳입니다. 소련과의 우주경쟁에서 승리한 미합중국의 항공우주기술이 집약되어 있고, 파이오니어, 보이저와 같은 탐사위성 및 화성탐사선인 큐리오시티, 스피릿, 오퍼튜니티, 토성 탐사선 카시니 등과 이를 제어하는 우주 네트워크를 개발하고 관리 중인 NASA의 제트추진연구소가 이 학교 소속의 연구소들 중 하나입니다. 유명한 팔로마 천문대도 이 학교 소속입니다.
5. 특징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리처드 파인만 등의 유명한 학자들도 이곳에서 강의하거나 연구했습니다. 아인슈타인은 1930년부터 1932년까지 칼텍에서 방문교수로 재직했으며, 일반상대성이론을 갈무리했습니다. '빨간책'으로 유명한 파인만의 물리학 강의는 칼텍 홈페이지에서 무료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유명한 칼텍 출신 졸업자들을 살펴보면 인텔 공동창립자이자 명예 회장인 "고든 무어", 2017년 노벨상 물리학 수상자이자 최고의 천체물리학자인 "킵 손", 트랜지스터 공동 개발자 "윌리엄 쇼클리", 리스트 프로그래밍 언어를 설계 및 구현하고 처음으로 인공지능이라는 용어를 창안한 "존 맥카시" 등이 있습니다.
악명높은 학습량을 요구하는 캠퍼스 분위기 때문에 실제로 입학원서를 제출하는 학생수도 그리 많지 않다고 합니다. 제대로 공부할 각오를 한 학생들만 지원하는 분위기입니다.
칼텍에 지원하려면 고등학교에서 제공하는 가장 높은 수준의 영어과목을 수강해야 하며, 수학과 과학과목도 높은 난이도의 수업들을 수강해야 한다고 합니다.